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따라서 그 후 그 바위는 일문의 성역으로 엄중하게 보호되었다. 덧글 0 | 조회 20 | 2021-06-01 02:49:47
최동민  
따라서 그 후 그 바위는 일문의 성역으로 엄중하게 보호되었다. 출사하는 조상들은 그곳에서 새삼 충성을 다짐하고 떠났으며, 격심한 당쟁의 희생이 되어 억울한 사약을 받게 될 때도 그곳에서 불평 없이 죽어갔다. 상민들의 출입은 엄격히 금지되었고, 어른분네들도 의관을 정제하고서야 그곳을 지났다. 하지만 내가 그곳에서 귀향을 확인하는 것은 반드시 그 낡은 전설 때문만은 아니었다. 우리들의 어린날까지만 해도 생생하게 살아 있던 새로운 전설그렇다. 그것은 분명히 전설이다통상으로는 “교리 어른 왜놈 잡을 때”로 불리우는 옛 이야기 때문이었다.“감방장 말이다. 그 사람 지금 우리한테 돈 우려내 겨울 살라칸단 말이다. 어차피 지는 넘어갈 낀게, 돈이사 필요하겠제. 글치만 우리는 뭣하는 짓고? X주고 뺨맞는다꼬, 왜 돈뺏기고 뚜드러 맞아야 하노?”“타시죠. 함께 가서 이야기 합시다”“뭣들 하는 거야?”마침내 사내도 몸을 일으킨다. 그러나 몸을 씻는 대신 비 맞은 짐승처럼 부르르 떨어 말라붙기 시작하는 정액과 분비물을 털어낸 뒤 빠져나왔던 옷 속으로 기어든다. 오래잖아 사내도 처음처럼 해진 옷을 걸친 젖은 석고상으로 돌아간다. 다시 늘어난 오른쪽 다리는 몇 번이나 접힌 채 바짓가랑이 속에 감추어지고, 속옷이 삭아 날려간 가슴께에는 앙상한 빗장뼈가 드러난다. 달라진 것은 다만 언제부터인가 머리칼로 덮인 부분이 투명해져 그 속에 축소된 책더미며, 명함, 잉크병, 고무도장 따위가 뒤죽박죽으로 얽혀 있는 게 내배치는 것뿐이다.그래서 자주 그 놀라운 수확은, 그들의 활기찬 함성과 땀밴 근육처럼 나를 경탄시킨다. 그 사냥터 곳곳에 쌓여 있는 베어진 들짐승들, 털이 뽑힌 말짐승들, 흩어진 깃털과 발라진 뼈들, 피와 피 그렇지만 아 아, 우리가 산다는 것은 얼마나 죄 많은 일인가. 설령 우리를 위해 익어가는 것이 한줌의 낟알일지라도 어찌 사라지는 생명의 고뇌가 없을 것인가.나는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. 그 표정을 읽었는지 그가 다시 물어온다. 이상하게 진득진득 물어오는 목소리로.“흔해 빠진 쑥
그렇지 않다. 물에 충실하기로는 거리에 나앉은 화공이 훨씬 앞선다. 그러나 그들의 그림이 서푼에 팔려 나중에는 땅바닥 뚫어진 것을 메우게 되는 것은 뜻이 얕고 천했기 때문이다. 너는 그림이며 글씨 그 자체에 어떤 귀함을 주려고 하지만, 만일 드높은 정신의 경지가 곁들여 있지 않으면 다만 검은 것은 먹이요, 흰 것은 종이일 뿐이다.“자, 이제 그만 나가요. 너무 늦었어요. 그 전에 마지막 입맞춤을 해주시지 않겠어요?”“.”말 마세요. 어떤 여자는 가정파탄이 일어 이혼당하는 수도 있어요.이윽고 술병을 딴 그 여자가 노련한 솜씨로 술 한잔을 따라 권했다. 십 년 전에 만난 제 서방이라도 된다는 듯한 태도였다. 그는 될 수 있는 대로 담담해지려고 애쓰며 주는 대로 받아 마셨다. 두잔인가 비웠을 때, 철수준비를 마친 술병부대원이 은근한 콧소리로 끼어들었다.아니, 갑자기 왜?“선택의 자유라고, 그렇지만 한 집의 가장으로서 생계가 걸린 직장을 팽개치기가 이곳에서 탈영하는 것보다 더 쉬을 것 같은가, 또 수천 수만의 종업원이 있는 회사에서 한 말단 사원의 창의라는 것이 포대 소원수리보다 대단할 것 같은가”나보고 따져본들 별 수 있나? 어쨌든 자네는 요시찰인 명부에 들어 있고, 나는 상부의 지시에 따를 뿐이네.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당장 자네를 해꼬지하려고 이러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? 오히려 이런 일에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어. 때가 오면 다 없어질 테니나는 조심스럽게, 그러나 혐오를 감추지 못하고 그의 말머리를 자른다. 그런 공허한 얘기로 사람의 귀를 사로잡으려 했다면 그건 어리석었다고. 그는 의외로 담담하다.“그게 사실이라도 원래 당신에게 속했던 건 아니지. 찾았다고 신통할 건 없어.”“거기다가 야전전기세트라이건 PLL전투예비아냐?”“보쇼. 말똥무궁화 두개를 달았으면 눈에 뵈는 게 없소? 철모르는 애들이 좀 잘못이 있었기로 잘 타일러 보낼 일이지개패듯 팰 건 뭐요? 걔들이 빨갱이 요? 너무 그러지 마쇼. 나도 내 한 몸 나라에 바친 일급 상이용사요.”그 사이 그늘 아래서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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